❖ Promenade Press

카이스트 신문 인터뷰

바삐 돌아가는 네모 세상에서 자유롭게 구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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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책자가 카이스트 신문에 실렸습니다.


이번 기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왜 인문학적 사유가 지금 필요한지를 함께 묻는 자리였습니다.


뜻깊게도 현대산책자와 함께 @cotta.tv 가 소개되며,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젊은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교차했습니다.

 

기사 전문은 카이스트 신문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현대산책자 이현우

이하 기사 발췌 <전문 확인하기>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거스르며 철학과 깊은 사유를 제공하는 매거진도 있다. 현대산책자는 자극적인 인스타그램 환경에서 잠시 멈추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어, 매거진의 운영자 이현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거진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현대산책자”라는 이름은 사유와 산책을 겹처본 데서 나왔습니다. 사유는 하나의 길만 걷는 것이 아니라, 산책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며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늘날 알고리즘이 관심을 끌어당기는 환경에서는 이런 사유가 쉽지 않죠. 그래서 현대인이 산책하듯 사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름을 붙였고, 우리의 길을 읽는 독자들이 현대산책자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와 같은 콘셉트로 만든 이유도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이 릴스, 쇼츠 등 자극적인 콘텐츠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그런 환경 속에서라도 인문학을 통해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경희대학교에서 의상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통찰은 패션이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련된 설득의 방식을 고안하는 행위라는 점이었어요. 이 시선이 자연스럽게 현대산책자의 콘셉트로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인문학 채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향한다면, 저희는 의도적으로 차갑고 모던한 분위기를 선택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것들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포장되지만, 저는 오히려 강한 대비와 약간의 충격이 필요하다고 봤거든요.


트렌드를 따르는 플랫폼을 고유한 이야기를 전할 장소로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은 트렌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플랫폼이기에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환경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바로 그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고, 사유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죠. 그래서 자극과 속도의 플랫폼 한가운데에서. 오히려 고유한 이야기를 전하는 실험을 택했습니다. 더불어, 인스타그램 매거진은 권위가 부족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권위 있는 매체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영향력은 크지만 권위는 없다는 것, 그 간극이 제겐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빠른 세상에서 사유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고유함을 지키며 동시에 플랫폼에 적응도 해야합니다. 둘 사이에서 고유함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사유의 순간을 주기 위해 무엇을 제작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정보가 웹상에 존재하지 않을까?’입니다. 통념과 달리 인터넷에는 방대한 정보가 있지만 동시에 큰 빈틈이 존재합니다. 검색 중심으로 구축된 지난 30년간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팔릴 만한 정보만이 반복적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이죠.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자극적 플랫폼에서는 그 빈틈이 더욱 뚜렷합니다. 현대산책자는 바로 이 빈틈을 채우며 고유성을 지켜왔어요.

어떤 이들을 주 독자층으로 삼으며, 독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독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세련된 취향을 지닌 20대입니다. 인문학과 독서를 즐기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자신만의 카페와 음료를 정해둘 만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이죠. 독자는 곧 하나의 ‘산책자’입니다. 산책설계자(에디터)가 기획한 산책로(콘텐츠)를 따라 걷고, 끝에서는 추천 도서나 연계된 산책을 만나며 사유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온라인뿐 아니라 직접적인 만남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올해 초, 국내 최대 독서 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와 함께 <질문하는 사람들>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문학재단 ‘타우마제인’, 출판사 ‘메버릭프레스’와 협력해 ‘현대사유의광장’이라는 오프라인 포럼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다양한 도시에 머무는 에디터가 함께하는 것이 가지는 장점이 있을까요?

한국의 학술 환경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개척되지 않았거나 관심이 덜한 영역들이 존재해요. 반면 해외에서는 많은 한국인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는 그 성과와 인사이트를 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현대산책자는 이들의 시선을 모아 한국 독자에게 전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산책’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모여, 한국의 맥락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나요?

저는 웹에 남겨진 수많은 빈공간과, 그 위에서 구축된 인공지능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생각을 멈추고 AI에 의존하고 있지만, 저는 이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결국 자신이 가진 데이터베이스를 곱해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문제는 알고리즘 환경 속에서 모두가 비슷한 데이터만을 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산책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 데이터의 층위를 바꾸려 합니다. 너무 어려운 논문이라면 그 층위를 끌어내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지나치게 파편화된 정보라면 다시 끌어올려 체계화하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이 씨의 설명대로, 현대산책자는 세련된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흑백 디자인과 글을 통해 시각적으로, 또 질문의 깊이로도 의미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들과 함께 독자는 시끄러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잠시 쉬어가며, 화면 밖으로 나갈 순간도 만들어간다.

출처 : 카이스트신문(https://time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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