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한남동 타우마제인 재단의 가지가든에서 <현대 사유의 광장>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현대산책자가 타우마제인, 메버릭프레스와 함께 마련한 첫 번째 광장으로, “혐오의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었다.
이번 주제 선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현대산책자가 진행한 “한국에서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모인 키워드가 바로 ‘혐오’였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깊게 스며든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이해할 것인가가 이번 광장의 출발점이 되었다.
2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는 일방적인 강의 대신, 서로 다른 시선을 교차하며 질문을 주고받는 열린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혐오의 시대, 왜 지금인가
한국철학회 회장 박정하는 교육의 한계를 언급하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족이 사회 전반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국 사회와 오늘날 한국을 비교하며, 혐오를 다른 관점에서 확장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책자 디렉터 이현우는 “이해는 언제나 어려운 길이지만, 혐오는 가장 쉬운 길이기에 우리는 점점 더 혐오를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증여의 감각의 소실’을 강조하며,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성찰한다면 쉽게 타인을 혐오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던졌다.
메버릭프레스 대표 고혁민은 “과연 지금이 정말 혐오의 시대인지 다시 진단해야 한다”며, 이를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혐오가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기술과 시스템에 의해 증폭되고 구조화되는 현상임을 짚은 것이다.
질문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관계
〈현대 사유의 광장〉은 단순히 ‘혐오의 시대’를 규정하려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혐오라는 단어 아래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 그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를 성찰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혐오라는 감정을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며, 함께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은 답을 완성하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열린 광장은 사유의 힘을 드러냈다.
현대산책자의 시선
〈현대 사유의 광장〉은 인문학을 단순히 책 속 지식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을 사유하는 공적 장으로 끌어올린 시도였다. “혐오의 시대”라는 키워드가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사유를 나누는 과정에서, 혐오의 시대는 곧 이해의 시대를 준비하는 사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대산책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열린 광장을 마련해, 질문을 나누고, 새로운 이해를 모색하며, 세계와 다시 관계 맺는 길을 탐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