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menade Curation

노벨문학상 후보 10인

작년 수상자 한강과 올해의 후보들

⌘ Editorial

노벨문학상은 매년 ‘예측 불가능한 상’이라 불린다. 평단의 오랜 추측을 비껴가기도 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세계의 중심에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는 묻는다. 올해, 어떤 목소리가 시대의 문학을 대표할 것인가?

 

2024년 수상자 한강

 

2024년, 한국의 한강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선택되었다. 그녀의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며, 문학이 역사의 상처와 개인의 고통을 어떻게 언어로 승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2025년 10월. 다시금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을 앞두고, 현대산책자가 엄선한 10인의 후보들과 세계를 함께 거닐어 보자.

 

(※ 후보들은 예측 순위와 상관없이 배열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 일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흑백 초상사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소설가”라는 표현이 늘 따라붙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다. 그는 1987년 『상실의 시대』를 통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이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세대를 초월한 독자층을 형성해왔다. 하루키의 소설은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며, 고독과 상실, 사랑과 음악 같은 보편적 주제를 부드럽지만 예리한 문체로 풀어낸다. 현실과 초현실이 경계를 허물 듯 얽혀 있는 그의 작품 세계는, 평범한 삶 속에 숨은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드러내는 힘을 가진다.

 

그는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등 국제적인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순한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 현대인의 내면과 시대의 정서를 가장 보편적으로 담아내는 목소리로 자리매김해왔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Laszlo Krasznahorkai, 헝가리)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긴 문장과 종말론적 분위기의 거장”으로 불리는 헝가리의 대표적 작가다. 그는 데뷔작 『사탄 탱고』로 주목을 받으며 동유럽 문학의 암울하고도 밀도 높은 세계를 전 세계에 알렸고, 『라스트 울프』 등 작품을 통해 고유한 문체와 철학적 시선을 이어왔다. 그의 글쓰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으로 유명하며, 절망과 희망, 종말과 구원의 모호한 경계 위를 거닐 듯 묘사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늘 몰락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으며, 이는 곧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고독과 세계의 파국적 풍경을 드러낸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포르멘토르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등 세계적 권위를 지닌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공고히 했다. 그는 단순히 헝가리 문학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시대적 불안과 존재론적 질문을 가장 극적인 언어로 포착해낸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Lyudmila Ulitskaya, 러시아)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러시아 사회와 인간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여성 작가”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대표적 소설가다. 『소네치카』를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은 이후, 『쿠코츠키의 경우』로 러시아 부커상을 수상하며 동시대 문학의 중심에 섰다. 그녀의 작품은 개인의 삶과 역사적 격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며, 특히 여성과 가족의 서사를 통해 러시아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서정성과 현실 감각을 동시에 지닌 그녀의 글쓰기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울리츠카야는 귄터 그라스상, 러시아 부커상, 박경리 문학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그녀는 러시아 문학을 세계 독자들과 연결시키는 중요한 다리이자, 인간성의 존엄을 증언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Mircea Cărtărescu, 루마니아)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는 “동유럽 문학의 신화적·자전적 세계 구축자”로 불리는 루마니아의 대표적 작가다. 그는 『멜랑콜리아』를 비롯해 방대한 작품 세계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환상, 사회적 현실을 신화적이면서도 자전적인 방식으로 엮어내며 독창적 서사를 구축해왔다.

 

그의 글쓰기는 동유럽의 역사적 상흔과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탐사하는 동시에, 초현실적 이미지와 시적 언어를 통해 새로운 문학적 차원을 열었다. 커르터레스쿠는 더블린 문학상, 포르멘토르상 등 세계적 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 문단에서 그 성취를 인정받아왔다.

 

 

찬 쉐

(Can Xue, 중국)

 

찬쉐
찬쉐

 

찬 쉐는 “중국 현대 문학의 가장 실험적인 목소리”로 불리는 작가다. 『오향거리』, 『황니가』 등을 통해 선형적 서사와 전통적 리얼리즘을 넘어선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강렬한 문학적 체험을 제공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현실과 꿈, 상징과 은유가 혼재된 다층적 구조 속에서 중국 사회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탐구한다. 맨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르고 아메리카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 관심을 받아왔으며, 오늘날 가장 독창적인 세계문학의 목소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 프랑스)

 

파스칼 키냐르
파스칼 키냐르

 

파스칼 키냐르는 “기억·음악·역사적 상실을 탐구하는 프랑스 지성의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심연들』, 『로마의 테라스』,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등에서 음악과 문학, 역사와 철학을 넘나드는 사유를 통해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색해왔다.

 

키냐르의 글은 과거의 상실과 기억의 파편을 불러내며, 고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사유의 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성취로 그는 공쿠르상, 프랑스 아카데미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토머스 핀천

(Thomas Pynchon, 미국)

 

토머스 핀천
토머스 핀천

 

토머스 핀천은 “포스트모던 문학의 전설, 은둔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다. 그는 『브이』, 『블리딩 엣지』 등에서 방대한 지식과 복잡한 음모론, 해체적 서사를 결합하여 현대 문학의 가장 실험적이고 영향력 있는 작품들을 창조해왔다.

 

핀천의 소설은 과학, 역사, 대중문화가 얽힌 혼돈 속에서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질문하며, 독자들을 끝없는 해석의 미궁으로 초대한다. 미국 국립도서상을 수상한 그는 철저히 은둔하며 작품으로만 소통하는 전설적 존재로 남아 있다.

 
 

살만 루슈디

(Salman Rushdie, 영국/인도)

 

살만 루슈디
살만 루슈디

 

살만 루슈디는 “정치적 논쟁과 환상적 리얼리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작가다. 그는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인도 현대사를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형상화했고, 최근작 『나이프』까지 이어지는 작품 활동을 통해 세계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루슈디의 글은 정치와 종교,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표현의 자유와 문학의 힘을 상징해왔다. 그는 부커상과 더불어 독일 도서상 평화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제럴드 머네인

(Gerald Murnane, 호주)

 

제럴드 머네인
제럴드 머네인

 

제럴드 머네인은 “기억과 풍경의 내면성을 집요하게 탐구하다”라는 평가를 받는 호주의 작가다. 그의 작품은 호주 풍경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내면의 시각적 이미지들을 섬세하게 연결하며 독창적 미학을 구축한다.

 

머네인의 글쓰기는 사건 중심이 아닌 의식의 흐름과 풍경의 잔상에 집중하며, 문학이 사유의 풍경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호주 총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자국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Cristina Rivera Garza, 멕시코)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는 “기억과 정치성을 실험적 문체로 풀어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멕시코 출신인 그녀는 국내 번역본은 아직 없지만, 스페인어권과 영어권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독창적인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글은 사회적 폭력, 여성의 목소리, 정치적 상흔을 실험적 문체와 해체적 서사로 엮어내며 기존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려 한다. 이러한 성취로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과 소르 후아나상을 수상하며 국제 문단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산책을 마치며

2024년 한강의 수상이 한국 문학에 역사적 전환점을 남겼듯, 2025년 노벨문학상 역시 누가 받든지 간에 “세계 문학의 지형을 다시 그리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 현대산책자 후보 10인은 최근 수상 이력과 작품성을 기준으로 엄선했지만,옌렌커나 엔리케 비야마타스, 오르한 파묵, 앤카슨처럼 여전히 이름이 거론되는 작가들도 있다. 이는 단순히 누가 수상할지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결국 노벨문학상은 예측보다 사유의 장이다.

 

우리가 주목한 이름들, 그리고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으나 여전히 논의되는 작가들까지, 그 모두가 세계 문학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연결된 산책로

노벨문학상 후보